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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시간을 탈출한 소년, 30년 뒤 우체국 직원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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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시간을 탈출한 소년, 30년 뒤 우체국 직원이 되기까지

우표를 모으던 소년, 우체국에서 일하게 되다

아버지가 보내온 편지에는 낯선 나라의 우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소년은 봉투에 물을 묻혀 우표를 조심스럽게 떼어냈습니다. 작은 종이 안에 처음 보는 인물과 건물, 동식물이 담겨 있었죠. 한 장으로 시작한 호기심은 어느새 우표첩 한 권을 채웠습니다.

우표가 아이들을 이어주던 시절

1980년대에는 우표 수집이 지금의 굿즈 수집만큼 인기였습니다.

새 우표가 나오는 날이면 아이들은 우체국으로 달려갔습니다. 책가방에 우표첩을 넣어 다니며 서로의 컬렉션을 자랑하고, 겹치는 우표는 친구의 우표와 바꿨습니다.

유상준 씨도 우표를 통해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더 좋은 우표를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먼 동네의 우표상까지 찾아갔고, 같은 가게를 하루에 두 번 방문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에게 우표상은 작은 보물상점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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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시간에 사라진 아이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방문하자 이를 기념하는 우표가 발행됐습니다.

어린 유상준 씨는 생각했습니다.

‘대통령 우표도 귀하다는데, 세계에 한 명뿐인 교황의 우표는 얼마나 귀할까?’

우표가 발행되는 날, 그는 수업 시간 내내 마음이 급했습니다. 결국 체육 시간에 아픈 척 벤치에 앉았다가 몰래 운동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목적지는 우체국이었습니다.

그는 가진 돈으로 교황 기념우표를 열 장 넘게 샀습니다. 예상처럼 큰돈이 되지는 않았지만, 친구들과 우표를 교환하며 자신의 컬렉션을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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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종이로 세상을 배우다

우표는 단순히 예쁜 그림이 인쇄된 종이가 아니었습니다.

소양강댐과 국회의사당, 문화유산과 올림픽, 당시의 사회 분위기까지 한 장 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가족계획을 홍보하던 우표에서는 그 시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유상준 씨는 우표를 모으기 위해 뉴스를 챙겨 보고, 발행 시기와 수량을 확인했습니다. 어렵게 구한 우표는 지문이 묻지 않도록 핀셋으로 집어 보호 비닐에 넣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토록 진지하게 몰두한 일은 우표 수집이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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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이 삶의 방향이 되다

시간이 흐르며 우표를 모으던 친구들은 하나둘 흩어졌고, 손편지도 점차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마음에 드는 우표를 발견할 때마다 한두 장씩 계속 모았습니다.

그리고 30여 년 뒤, 우표 때문에 우체국을 드나들던 소년은 우정사업본부에서 일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처음부터 직업을 계획하고 시작한 수집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마음을 끄는 우표를 한 장씩 모았을 뿐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진 취향은 어느새 그의 관심과 관계, 삶의 방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표 한 장이 인생을 바꾼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계속 모은 시간이 그 사람을 조금씩 바꾸었고, 결국 좋아하던 세계 안에서 살아가게 했습니다.

지금 당신이 모으는 것은 어디로 이어지고 있나요?

아직은 취미처럼 보이는 그 수집이, 어쩌면 미래의 당신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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