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박스, 열풍 다음의 계산서
팝마트 실적으로 읽는 아트토이 시장의 변곡점

먼저, 지난해의 숫자
아트토이 시장이 어디까지 갔는지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팝마트의 연간 실적을 보는 것입니다. 2025년 매출은 371억 2000만 위안. 2024년 130억 4000만 위안에서 185% 늘었습니다. 인형을 파는 회사의 한 해 매출이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됐다는 뜻입니다.
안을 들여다보면 성장의 무게가 한쪽에 쏠려 있습니다. ‘더 몬스터즈’ 시리즈의 라부부 하나가 48억 1000만 위안, 전체 매출의 34.7%를 차지했습니다. 전년 대비 668% 늘어난 숫자입니다. 제품 종류에서도 순위가 뒤집혔습니다. 봉제 인형 매출이 187억 1000만 위안으로 560.6% 늘면서, 이 회사의 출발점이던 피규어를 처음으로 앞질렀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울기가 달라졌다
변화는 2026년 상반기 실적에서 분명해졌습니다. 매출 172억 위안,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증가. 숫자만 보면 여전히 성장이지만, 1년 전 같은 기간의 증가율이 200%를 넘었다는 사실과 나란히 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순이익은 50억 4000만 위안으로 시장이 예상한 66억 위안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역에 따라 방향이 갈린 것도 눈에 띕니다.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대만 매출은 47% 늘었지만, 그 밖의 해외 매출은 11% 줄었습니다. 매장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만 80여 개를 운영하고 있고 연말까지 100개를 넘길 계획이며, 중국 본토 매장은 400개를 넘어섰습니다. 파는 곳은 늘었는데 밖에서는 덜 팔린 셈입니다.
한 캐릭터에 얹힌 시장
이 숫자들이 가리키는 건 아트토이 시장의 붕괴가 아니라 성격의 분화입니다. 캐릭터 하나가 매출의 3분의 1을 만드는 구조는 그 캐릭터의 인기 곡선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줄을 서서 사던 물건이 어느 시점부터 매대에 남아 있게 되고, 리셀가는 정가 근처로 돌아옵니다. 유행 상품이 지나간 자리에 수집품이 남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블라인드박스는 이 차이를 특히 선명하게 만듭니다.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고 사는 구조는 사는 행위 자체를 재미의 중심에 놓습니다. 열풍이 지날 때 가장 먼저 식는 것도 이 재미입니다. 그다음에도 남아 있는 사람은 대개 확률이 아니라 캐릭터와 시리즈를 좋아하던 쪽입니다.
컬렉션을 가진 사람이 지금 할 일
- 시세 대신 시리즈를 본다. 빠진 자리를 채우는 편이, 오른 것을 파는 것보다 컬렉션을 오래 남깁니다.
- 상자와 인증 카드를 함께 보관한다. 나중에 가치를 가르는 건 본품이 아니라 딸려 있던 것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 기록을 남긴다. 산 날짜, 가격, 어디서 샀는지. 몇 년 뒤에는 그 메모가 컬렉션의 절반입니다.
- 보관 환경을 점검한다. 봉제 제품은 직사광선과 습기에 특히 약합니다. 유리장 안이라도 창가는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열풍은 지나갑니다. 그 뒤에 무엇이 남는지는 유행이 아니라 모으는 사람이 정합니다.
자료: 팝마트 2025년 연간 실적 발표, 2026년 상반기 실적 발표. 사진: Evan0512, Wikimedia Commons, CC BY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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